내가 최근 들어 단숨에 읽어내린 책 당당히 1위.
지나치게 훈훈한 책 커버 내용 때문에, 섣불리 집어들기를 망설였었다.
하지만 그 끝없는 칭찬릴레이 속에 "현대 가족의 실제 모습"을 그린 책이라는 부분을 보고 궁금했다.
아, 내가 그리도 공감하는 일본소설인데, 그 실제에 가까운 이야기는 무엇일까?
남자초딩 요시미는 똘똘한 아이는 아니다. 잘못한것도 없으면서 상황설명을 제대로 못해 억울하게 당하기도 한다. 어느날 아빠 겐이치가 바람을 펴 엄마 미호는 혼자 독립해 나가고, 열살밖에 차이가 안나는 젊은새엄마 지카짱이 집에 들어온다. 바로 이웃해 살던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할머니 노부코의 갑작스런 자유선언에 할아버지 조타로는 시골 절에 들어가버리고 요시미의 하루하루의 평화는 어른들로 인해 깨져버린다..
간단히 적으면 이렇게 되지만, 도쿄가족은 각각의 상황에 인물들이 어떻게 행동하고 생각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착한척 하느라고 옛 시어머니의 넉두리를 흔쾌히 들어주는 며느리는 이 소설에 없다. 일본의 세태를 걱정하는 꼿꼿한 할아버지의 이론이, 마냥 다 옳게 묘사되는 것도 아니다. '주책없게도', 예순이 넘은 할머니가 연정을 품는 앞집 둘째아들 고스케는 무려 스무살.. 한 아이의 엄마이면서도 사랑의 불길에 휩싸여, 일주일에 한번 엄마와 지내는 시간이 즐겁기만 한 어린 아들에게 짜증을 내는 것도 우리가 알면서도 인정하지 않는, 우리 삶의 현실적 모습이다..
그렇다. 이소설을 읽기전에 난몰랐다. 왜 노인은 노인에게만 반한다고 생각했을까? 내 모습이 비록 노인이라도, 다른 노인의 쭈글한 모습에 반하기는 쉽지 않을것이다.. 그래, 반한다면 한창 싱싱하고 아름다운 젊은이에게 반하는 것이 쉬울것이다. 하지만 우리사회는 그런 식으로 노인을, 노인의 성을 대하는 것에 거북해한다.. 일본도 마찬가지인거 같다.
현재 일본의 아이들은 나약하다. 우리나라라고 크게 다르지 않을것이다. 그 아이들은 결핍되어 있으며, 어처구니 없어보이는 일에 자살한다. 하지만 이를 마냥 어리석다고 할수 없는것이, 아이들은 새로운 사회상황에서 옛날과는 다른 종류의 고통을 받고있다.. 마냥 아이들을 약하다고 질책해서 될 일이 아니고, 근본적이고 거시적인 변화의 물결을 일으켜야 함을 이 책은 조용히 웅변하고 있다.
그리고 도쿄가족은 나같은 미혼자에게 결혼 후의, 혹은 이혼 후의 생활까지 가정해보게 만든다. 중년의 바람이라니 너무나 전형적이지만, 안정된 생활에서는 권태를 느끼고 우울증까지 걸리는 인간이라는 생물에게 어찌보면 흔한 질병이다. 절대 나는 미호처럼 당하지 않는다고 장담할수가..없었다!
그럴땐 내가 어떤 능력을 가지고 ,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 아직 확실히 결론은 못내렸지만,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리고 인간사의 영원한 화두 사랑.. 여자를 도구로밖에 생각지않는 늙은 대중작가 구스다같은 인간에게 미호가 품는 감정이 가당키나 한것인지 , 사랑이란 감정은 정말 내힘으로 안되는 것인지 ..
학교에서 왕따 가즈코를 한마디 도와주었다가 왕따가 되버린 요시미를 위해, 가족들이 제각기 요시미를 위한다고 하는 행동들은 철없고 어떤면에서 이기적이기 까지 하다..가족사랑이라는 단어아래 묶여있지만, 개인의 욕구를 완전히 절단내지 못한 사람들의 갈등과 화해 대서사시!
진심으로 추천해주고 싶다. 특히, 내심 노인의 삶에대해 무시하는 경향을 가진 나같은 젊은이들에게. 이 책에는 우리보다 빨리 노령화사회에 접어든 일본 노인들의 삶의 질, 행복에 대해 많이 적혀있다. 역시 노인은 이런점이 고리타분해, 라고 생각되는 부분 뿐만아니라 훔..이런점은 정말.. 억울하기도 하겠다.. 라고 마음이 움직이는 부분까지.
두권이라 부담스럽게 시작했지만, 다 읽어보니 이건 한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킹왕짱 캐릭터들이었다..
한번뿐인 인생에서, 남들보다 한번 더 인생을 연습할 기회를 주는 책, 도쿄가족이다.
+) 인터넷에서 도쿄가족을 검색하면 맨위에 뜨는 만화책을 말하는게 아니다! ㅜㅜ 두권짜리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