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틱이라는 말은 참 매력있다. 고풍스런 물건들엔 어떤 사연이 담겨있을것만 같으니까 ..
그래서 고만물상 이라는 제목에 끌려 가져온 책이다.. 나카노네 라고 하니까 더 아기자기한 느낌 ..>
하지만 내 예상은 반만 맞고 반은 틀렸다는거. '나카노네 고만물상'은 만물상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소재가 아니라, 절반 이상이 만물상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다 .
1. 나카노네 고만물상 주인 나카노
중년이면서 마른 몸에 털모자를 쓰고다니는 특이한 인물. 말도 어쩐지 앞뒤를 잘라먹고 하기도 하고
별로 눈치도 없다. 그러면서 연애랄까. 여자를 무척 밝혀 세번째 부인과 살면서도 밥먹듯이 불륜이다.
2. 나카노의 누님 마사요
역시 오십줄의 올드미스로서 혼자 살면서 자주 가게에 들른다. 가게의 여직원 히토미와 제법
편하게 마음의 말을 주고받는 사이다. 눈치도 있고 야무진 여인. 첫사랑과 재회해서 동거 사건을
일으키기도 한다. 기억에 남는 말은..
"성욕이 사그라들어 젊었을때처럼 불타오르지도 못하지만 완전히 놓아버리지도 못하는 사랑" 을
하면서 슬퍼하는 장면 이었나 .. 쓸쓸해하는거였나.. 뭐 그런거다. 정확하게 옮기진 못했지만
나이가 먹고 남들이 보기에는 멋없는 아저씨 아줌마가 되버렸지만 그렇다고 사랑 안하면서
퍽퍽하게 살 순 없잖아.. 너무 쓸쓸하잖아 .. 읽다보니 늙는게 서러웠다 !!
3. 상점의 카운터 여직원 히토미
20대여성이지만 생활은 단조로운 편이다. 지방에서 혼자 올라와 생활. 근무시간이 끝나면
장을 봐서 방으로 돌아가거나 간혹 같이 근무하는 연하의 남자직원 다케오와 데이트 비슷한 걸 하기도
한다. 다케오의 애매한 성격탓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4. 물건인수 담당 다케오
이사를 가거나 하는 사람들이 물건을 수거해가라고 연락을 하면 가서 실어오는 역할이다. 학창시절
따돌림을 당해 중퇴를 하고 사람을 가까이하지 않는다. 다정하진않지만 생각보단 주변인에 관심이
있다.
이정도의 중심인물에 나카노씨의 애인, 마사요누님의 애인, 다케오의 전 여자친구 등의 이야기가
양념처럼 조금씩 들어간다. 그리고 배경은 언제나 고만물상.
일본 소설이라 그런가 ?
특별히 큰 사건은 일어나지 않지만 소소한 재미가 많다.
특히, 나카노네 고만물상이 사실은 엔틱샵이 아니라 "중고생활용품"을 파는 곳이라 그렇다.
나카노씨가 어딘가에서 경품으로 받아와 가게에 놓아둔 라이터조차
유심히 보고 사가는 사람이 있는 그곳. 옛날 아이돌 스타의 전신 입간판도 인기좋게 팔리고,
고양이 모양이라던가 거북이 모양 누름돌.. 이사가는 집에서 수거해온 난로 하나는
가게에 세워뒀다가 추워서 '가게에서 쓰기로' 해버린다.
중간중간에 마사요 누님이 말아주는 야채라면이라던가 , 나카노씨가 보너스까지 쥐어주면서
자기 누님을 염탐하고 오라고 히토미를 심부름 보낼때 히토미가 사가는 케이크 라던가 ,.
근무시간 후 히토미와 다케오가 함께 맥주를 마시고, 꼬치구이를 먹고, 간단하게 한잔 더할까? 라며
칵테일을 마시고 ,. 그런것을 묘사한 문체조차 매력적이다.
전체적으로 푸근한 느낌이 드는 것, 소설이 이대로 잔잔히 이어질 것이란걸 예상하면서도 재밌게
읽을수 있는건 캐릭터 각각에 대한 매력 + 세상에 휩쓸리지않고 '마이 페이스'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응원 .
후에 갑자기 가게가 정리되면서 모두 흩어지게 되었을때 안타까우면서도 담담히 읽을수 있었던 것은
이사람들이라면 언제든 다시 만날것이고, 오랜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을거같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
아, 일본사람에 대한 인식을 약간 바꿔준 책이었다. 속마음을 숨기고 철두철미? 할 것
같았는데 . 이 책의 주인공들은 어눌하면서도 매력적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