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늦게, 미쓰 홍당무를 봤다. 그리고 이영화를 봐야 하는 이유를 말하자면, 재밌다!
미쓰 홍당무는 대놓고 웃기거나 스토리가 흥미진진해서 재밌는건 아니었다..
사실 인상쓰고 보게된다. -.- 그리고 한번씩 울컥하고 코가 시리다.
영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사람이 상식 외의 행동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는건데, 양미숙한테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 .
그래서 도대체 어디로 튈지를 모른다..ㄷㄷ
이상한 긴장감 속에서 영화를 다 본 후, 나중에 한번 더 봐야겠다고 생각하며
무심코 네이버 리뷰를 찾아봤다. 참, 쓸데없는짓이었지 ..
괜찮은 리뷰 아래에는 알바 아니냐는 전형적인 비아냥글에 덧붙여
"이영화 괜찮다는 사람들은 다 왕따인 모양"이라는 짜증나는 댓글이 있었다..
스포일러 아닌 선에서 말하자면 영화의 주인공 안면홍조증 양미숙, 양미숙이 좋아하는 남자 서선생,
서선생의 딸 중딩 서종희, 서선생과 썸씽이 있는 예쁜 이유리선생이 주요인물이고
서종희는 전교왕따, 양미숙은 그냥 사람들이 다 싫어하는 따다.
그리고 양미숙이 10년전 담임이었던 서선생을 짝사랑하면서 하는 삽질,
안면홍조증을 고치겠다고 몸을 챙기면서 하는 삽질,
서선생과 이유리를 떼놓겠다고 서종희랑 작당해서 하는 삽질 등이 이영화의 주요 내용이다.
참.. 내가 써놓고 다시봐도 양미숙은 관심자체를 꺼버리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양미숙과 서종희가 심하다 싶을정도로 이유리선생을 괴롭히는데도 그들은 그냥 불쌍하기만 하다.
연민이 든다. 나는 왕따당한 적은 없지만 가슴이 먹먹해진다.
철들만큼 나이를 먹고도
'이 영화를 돈주고 본사람 불쌍하다, 이해도 안되는 쓰레기같은 영화'라고 심한말을 하는 사람은
왕따를 조롱할 뿐 한번쯤 이해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한다.
(하지만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인정하고 이영화가 재미없다는 사람도 존중한다.취향 이니까)
내 안에 있는 구질한 면을 극대화시키면 양미숙이다.
내가 단 한번도 양미숙같지 않았다면, 그건 거짓말이다.
나도 유치할만큼 유치했고, 나에게 유리한대로 남 뒷담화도 실컷했고, 은근한 이간질도 해봤다.
왠지 친구들이 나를 따돌리는것 같을때는 집에서는 울다가 학교에서는 함께 어울리려고 발버둥을 쳤다.
외모에 민감할때는 나보다 이쁜것들은 다 묻어버리고 싶다는 양미숙스러운 생각도 해봤다.
심지어 부끄러울때는 얼굴뿐 아니라 목과 귀까지 새빨개지는 홍조증도 몇번 겪어보면서,
창피해서 얼굴이 빨개졌는데 빨개진것때문에 더 창피하다는 깨달음도 이미 얻었다.
결국 이영화는 코미디가 아니라 성장드라마, 멜로였다.
양미숙은 고아로서, 왕따로서 의지할데 하나 없이 사랑을 갈구하는 여자였고
처음으로 친절하게 대해준 서선생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다음으로는 서종희와 작당하던 중 어느새 서종희로 애정대상이 옮아간다.
그렇다.. 매력이라곤 하나도 없이 느끼해보이기만 하던 서선생이
영화말미, 과거 회상신에서 하던 한마디. 이 영화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양미숙에게 건네지는 정이 있고 부드러운 그한마디.
"미숙이 어딨니? 미숙아~ 미숙아 괜찮아?"
그 장면을 보고 나는 양미숙이 왜 서선생을 향해 집요한 짝사랑을 시작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반면 서종희와의 애정은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서로를 너무 이해하면서 생겨난 그것이다.
서종희가 울면서 양미숙에게 "이제 나 싫어졌죠" 라고 했을때, 그 말 자체는 뜬금없어 보일지 몰라도
나라도 그때는 그렇게 말했을거 같아서 또한번 전율했다. 감독 짱.
영화 말미 시청각실에서의 장면이 조금 늘어지긴 했지만
양미숙과 서종희가 콤비를 이루면서 , 마이너리티들이 꼭 메이저에 끼어들어야 행복한게 아니라
자기들끼리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자 내 맘이 편해졌다.
그리고 사랑받고자 몸부림치면서 점점 삶의 나락으로 떨어지던 그녀, 마츠코가 생각났다..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과 미쓰홍당무는 다른듯 닮은 이야기다 ..
마츠코 리뷰도 빨리 써야겠다.
+) 너무예쁜 이유리선생, 충분히 얄미울 수 있는 캐릭터지만 밉지않다.
우리가 그녀의 부끄러운 면까지 모두 봐서, 일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이유리도 2달 15일을 넘기지 못하는 애정결핍이자 노력가여서 인것같다.
더불어 원피스의 터진부분을 보고 순간 뿜었는데,
디테일을 살린거라면 정말 최고이고
우연이라도 카메라로 봤을텐데 ㅋㅋ 그냥 간것, 너무 좋았다
(다시 DVD를 돌려본 결과, 그 큰 구멍이 실수일 리 없다. ㅋㅋ 최고다 )
+) 이영화는 여자에 의한, (감독이 여자) 여자를 위한, 여자의 영화다. 지금생각난거다..
주요 인물이 모두 여자이며 그만큼 여러종류의 여자를 보여준다..
황우슬혜(이유리 역), 서우(서종희 역), 공효진(양미숙 역) 모두 매력적이고 친근하다. 서선생 부인까지도.
예쁜애, 못된애, 이상한애 라고 불러도 되겠다. 후후